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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와 패션/패션, 비스포크

맞춤정장 비스포크 수트

by 후원자 2020. 3. 8.

정장을 처음 사 입었던 게 대학교 3학년에서 4학년으로 올라가던 때로 기억합니다.

당시 회사 입사지원 후 면접을 보러 가거나 졸업사진을 찍기 위해 정장이 필요했는데 

어머니께서 집 앞 백화점에서 첫 정장을 사주셨던 게 생각납니다.


처음에는 막연히 정장이라 하면 회사원이나 아저씨 들만 입는 옷인 줄만 알았지,

서구에서 오래전부터 평상복 혹은 예복으로 입던 생활 의복인지에 대한 지식은 없었습니다.

그런 서구의 의복이 우리나라에 전파되었을 초기, 우리나라 고유의 의복과 달리 원단부터

수입품이었던 서구의 의복은 고가로 일반인이 접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약 100년 전 독립운동가들이 입었던 양복. 한복처럼 양복도 서양의 고전적인(Classic) 복식이므로 지금의 양복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한 서양 의복. "양복"이 섬유 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지금은 누구나 큰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옷이 되었습니다.

 

정장(正裝)이라 함은 그 기본적인 의미가 '옷차림을 일정하게 정해진 격식에 따라 함. 또는 그 옷차림.' 이므로

양복과 한복 등의 구분이 있는 게 아닐진대, 지금의 인식은 정장이라 하면

서양의 의복. 즉, 양복만을 칭하는 대명사가 된 것 같습니다. 

 

이러한 양복은 전통적으로 양털이나 누에 등에서 뽑아낸 원사(동물성 섬유)나

면이나 마 등에서 뽑아낸 원사(식물성 섬유) 등으로 길쌈(i.e, 방직=방적+직조)하여

만들어진 원단을 신체의 치수에 맞추어 재단하고 바느질로 꿰매어 완성되었습니다.

산업과 기술이 발전한 지금은 위에서 언급한 천연섬유 외에 인조섬유(나일론, 폴리 등)로도 

양복을 제조하기도 하고, 신체의 치수를 재고 그에 맞추어 재단하는 것이 아닌

일정한 사이즈 별로 옷을 제작해 두어, 사람의 몸에 옷을 맞추는 게 아닌 만들어진 옷에 사람의 몸을

맞추는 것 같은 기성복(RTW: Ready-To-Wear)이 대부분입니다.

저 역시도 정장은 미리 만들어진 기성복만 입어보았고 맞춤 정장은 입어본 적이 없습니다. 

결혼 예복으로 처음으로 정장을 맞춰 입기 전까지는.

 

첫 맞춤 정장은 제 특이한 체형에도 잘 맞았는데(맞춤이므로. 당연히.)

그동안 기성복만 입어보았던 저는 그렇게 잘 맞는 옷이 있다는 게  매우 신기했습니다.

그 후 정장(슈트)은 기성복을 사지 않고 맞춤으로만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맞춤 정장에도 만드는 방식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크게 '비스포크-수미주라', '접착-반접착-비접착', '수제-반수제'로 볼 수 있는데, 아래와 같습니다.


  • 비스포크(Bespoke): 옷 입는 사람의 체형 치수를 재고(채촌), 그에 따라 패턴을 떠서 그 사람만의 옷을 제작함. 한 사람만을 위한 옷. 가격 비싸며 제작 시간이 많이 걸림

  • 수미주라(Su Misura): 옷 입는 사람의 체형 치수를 재고(채촌), 그에 따라 Shop에서 기존에 가지고 있는 패턴을 치수에 맞게 조금씩 수정하여 옷을 제작함. 비스포크보다 저렴하고 제작 시간도 짧게 소요됨

  • 비접착(Full Canvas): 옷에 들어가는 부자재인 비접착용 심지(Canvas)를 접착하지 않고 바느질(손 혹은 기계)로 고정함. 가벼운 무게. 유연한 움직임. 좋은 통기성. 비싼 가격.

  • 접착(Fused): 옷에 들어가는 부자재 접착용 심지(Fusible Interlinings)를 접착하여 고정함. 무거운 무게. 탄탄한 형태. 나쁜 통기성. 버블현상 발생 가능성. 저렴한 가격.

  • 반접착(Half Canvas): 접착과 비접착을 합쳐놓은 형태로 가슴과 라펠 부분은 비접착으로, 그 외 가슴 아래부터는 접착.

 (좌) 접착, 반접착, 비접착 비교 / (우) 접착 수트의 버블현상


  • 수제: 손 바느질로 제작.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음. 비싼 가격

  • 반수제: 일부 손바느질 일부는 기계 바느질(미싱). 입체적으로 만들 수 없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종종 '비스포크=비접착=수제'이고, '수미주라=(반)접착=반수제'라고 나누어 놓은 정보가 있는데 이는 맞지 않습니다.

비스포크로도 접착에 반수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옷의 재단과 가봉 / 사진: Sarto Kim Min Soo (Pensatore, Casa Del Sarto) www.casadelsarto.co.kr


가장 비싸지만 높은 품질과 사람의 정성이 들어간 옷으로 지어 입으려면 '비스포크-비접착-수제'로 제작하고,

가장 합리적인 수준이라면 '수미주라-접착-반수제'일 것입니다.

어느 정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절충한다면 각각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비교하고 가령 '비스포크-반접착-반수제'..

이런 식으로 제작하기를 추천드립니다.

물론 원단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서 또 변수는 있습니다.

값싼 울-폴리 혼방의 저렴한 원단이라면 굳이 가장 비싼 방식으로 지어 입지는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고가의 원단(예를 들어, 스카발, 도메일이나 로로피아나, 에르메네질도 제냐 등)을

접착 방식으로 지어 입는 것도 원단이 너무 아깝게 느껴집니다.
(마치 페라리 같은 슈퍼카에 소형차 엔진을 이식하는 것 같은 느낌)

원단을 고를 수 있게 모아둔 번치북(Bunch Book) / 사진: DI테일러

 

맞춤정장이라 하면 단순히 어떤 사람의 치수에 맞게 옷을 만드는 것뿐이라고 간단히 말할 수 없습니다.

원단 종류, 디자인, 만드는 방식 등 수많은 선택지와 조합 종류, 변수가 있고

그 안에 각각 Sarto(Tailor)의 경험과 기술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나의 체형에 맞는 제대로 된 옷을 입어보고 싶다면, 맞춤정장(비스포크)을 추천합니다.

신세계를 경험할 것입니다.


다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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