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정장에 대한 글을 올리고 보니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지난 글에 다 올리지 못하고
조금씩 나누어서 차례차례 올리려고 합니다.
일반 기성복과 맞춤정장의 차이 및 맞춤정장의 만드는 방식에 따른 각 장단점을 말씀드렸는데,
이번에는 맞춤정장이 어떠한 과정으로 만들어지는지 알려드립니다.
처음으로 맞춤 정장을 진행하실 분에게 좋은 정보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선 맞춤 양복점에는 반드시 예약을 하고 가야 합니다.
인기가 많은 양복점이거나 주말, 특히 결혼 성수기 시즌에는 무턱대고 찾아가면 손님이 많아
응대를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예약하고 방문하면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진행이 됩니다.(비스포크 기준)
- 원단 고르기
어느 회사의 어떤 원단을 고를지 번치북을 보고 결정합니다.
수많은 번치북이 있을 것이고 또, 한 번치북에도 수많은 원단 샘플이 있는데
처음 맞추는 것이라면 가장 무난하고 활용도 높은
다크 네이비(짙은 청색)나 차콜 그레이(짙은 회색)의
솔리드(스트라이프나 체크 없이 민무늬) 원단을 추천합니다. - 제작방식 선택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비스포크/수미주라) / (비접착/접착/반접착) / (수제/반수제) 중
원하는 방식을 각각 고릅니다.
다만, 양복점마다 한 가지 방식만으로 제작을 한다든지 혹은
어떤 특정한 방식만 제작 가능하다든지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세부 디자인 고르기
상의와 하의에 대한 디자인을 선택합니다.
상의의 경우, 싱글/더블, 버튼 개수, 라펠 너비, 포켓 모양,
소매 워킹버튼(리얼버튼/홍아게), 버튼 재질, 스티치(호시),
바텍, 안감 여부, 어깨의 마니카 카미치아 등을 고를 수 있고
하의의 경우, 옆/뒤 포켓 모양, 벨트 루프/사이드 어저스터,
턴업(카브라) 여부 등을 고를 수 있습니다. - 채촌
원단과 제작방식, 디자인까지 다 선택했다면 이제
재단사 님이 내 몸에 맞는 옷을 만들기 위해
내 몸 각 부위의 사이즈를 줄자로 잽니다. - 재단
채촌된 수치로 패턴을 만들고 그 패턴으로 선택했던
옷감을 재단합니다. - 1차 가봉
재단된 각 부분(소매, 몸통, 바지 등)을 1차 가봉하고
가봉된 옷을 시착하여 착용감 등을 점검합니다. - 재봉
가봉된 수트를 바느질하여 어느 정도 완성합니다. - 2차 가봉(중 가봉)
재봉된 옷을 다시 입어보아 1차 가봉에서 보완된 부분
확인과 더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는지 최종으로 점검합니다. - 재봉 및 마감
2차 가봉 시 보완할 부분을 고려하여 최종 재봉하고,
마지막으로 안감/단추/라벨 부착 및 다림질로 완성합니다. - 완성복 인도
완성된 옷을 인도받습니다.
글로 쓰니 상당히 복잡해 보이긴 합니다.
그러나 저 중에서 옷 맞추는 사람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은 1, 2, 3번뿐입니다.
나머지는 양복점에서 신경 쓸 부분인데, 다만 가봉 등을 위해서 최소 4번 이상
양복점을 방문해야 합니다.(첫 방문 후 6, 8, 10번을 위해 방문)
가봉 시에 원하는 착용감이나 디자인이 안 나왔다면 또 가봉을 진행할 수도 있고
최종 완성 시 사이즈가 안 맞거나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다면 수정해야 하므로
4번 이상 방문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기성복처럼 바로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니라 제작하는 시간이 소요되므로(완성 시까지 최소 3주 이상)
당장 입을 옷이 필요하다면 맞춤 양복을 진행하면 안 됩니다.
바로 백화점에 달려가서 원하는 옷을 구매하면 됩니다.
말 그대로 기성복(旣成服 / Ready-To-Wear)이라 불리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맞춤양복은 여유 있게 시간을 두고 제작을 해야 하므로 완성되는 시점의 계절도 고려하여
옷의 소재나 종류를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맞춤 양복을 진행할 때 아래와 같은 양복점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이 바탕된 것도 있으니 판단은 직접 하시기 바랍니다.)
- 웨딩플래너와 연계되거나 웨딩플래너가 소개해준 양복점
중간에 웨딩플래너의 소개비(30~50만 원 정도)가 포함되므로 금액이 그만큼 비싸집니다.
피해야 하는 양복점 1순위입니다.
본인 스스로 양복점을 선택해야 하는데 괜찮은 양복점을 추후 포스팅하겠습니다.-> 보러 가기 - 가봉을 진행하지 않거나 한 번만 진행하려는 양복점
몸에 맞는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봉을 통해서 수정/보완작업이 필수적인데
가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맞춤옷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가봉 시 옷핀으로 수정할 부분을 체크하지 않고 그냥 눈대중으로만 보고 판단하는 양복점
이런 양복점은 가봉을 안 하긴 뭐하니까 그냥 억지로 진행해주는 느낌입니다.
이런 양복점은 가봉도 딱 한 번만 보려 하는 곳이 많습니다. - 재단사가 없는 양복점
재단사가 없는 양복점에서는 채촌만 하고 그 데이터를 외주 업체로 보내는데
재단사가 없으니 가봉도 없는 경우가 많고 가봉이 있어도 수정사항의 정확한 반영이 안 됩니다.
맞춤양복이 기성복보다 비싼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비싼 비용을 이용해서 맞춤 양복점이라는 탈만 쓰고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며
맞춤 양복 같지 않은 이도 저도 아닌 양복을 만드는 업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므로 맞춤양복의 기본적인 절차보다는 합리적인 금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위 네 가지 중 일부분은 절충해도 될 것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여유가 된다면 많은 맞춤 양복점을 경험해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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