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자전거를 열심히 타다 겨울이 오니 날씨가 추워서 도저히 자전거를 탈 수 없었는데
그래서 나름 실내 스포츠라 할 수 있는 수영을 시작했습니다.(수영 강습도 겨울엔 비수기긴 합니다만)
수영을 열심히 하다 보니 수영 관련 자격증에 관심이 생겼고, 결국 "라이프가드 자격증"에 도전했습니다.
교육은 주말마다 올림픽공원에 수영장에 있는 깊이 5m의 잠수풀에서 진행됐습니다.
갓 수영에 입문하여 수력(水歷)도 짧은 상태였는데, 교육 전마다 기본 워밍업으로 1.5Km~2Km를 수영하고
그 후에 혹독한 훈련이 이어지니 매 주말이 오는 게 두려울 정도였지요.
기본적인 영법(기본 배영/횡영/구조 횡영)부터 입수법, 접근법, 맨몸 구조법, 장비 구조법 등
거기에 가장 중요한 잠영/입영/중량물 운반까지.
토요일은 5시간, 일요일은 6시간 동안 수영장에서 10회 교육(56시간)을 받으니 살이 쭉쭉 빠지더군요!
게다가 교육이 없는 주중에는 숙제(교재 내용 요약 자필 작성 / 일명 빽빽이)도 해야 해서
교육기간 한 달간 주중, 주말 모두 정신없이 지냈습니다.
당시 30대였는데도 20대 초반의 체대생들과 함께 교육을 받으려니 체력이 달려서
교육이 끝나면 몸에 좋은 음식만 찾아먹었던 것 같네요.
힘드니 포기할 수도 있었겠지만 힘들수록 이제까지 한 게 아까워서라도
꼭 끝까지 수료해야겠다는 다짐이 더 굳어졌던 것 같습니다.
입영(立泳), 잠영, 중량물 운반 이 셋 중에서 하나라도 탈락하면 수료가 안됩니다.
잠영은 문제없이 되는데 입영과 중량물 운반이 문제였습니다.
기본적으로 40~50분 동안 쉬지 않고 진행되는 입영(立永)이 안되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그 스트레스 때문에 밤에 자다가 벌떡 깰 정도였습니다.
또 공포의 중량물 운반 때문에 중도 탈락할 것 같아 혼자 연습하러 출근 전/퇴근 후 하루에 두 번이나
수영장 간 날도 몇 번 있었습니다.
교육하던 수영장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다니던 수영장이니 중량물이 없어서 대신 킥판 7개 포개어
한 손으로 받쳐 들고 구조 횡영으로 연습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수영 차력사 보듯 쳐다봤던 기억이 나네요.
결국 검정일이 몇 주 안 남은 상태에서 기적처럼 입영이 가능해졌던 기억.
검정 당일에 중량물 25m 중 마지막 3m는 잠영(?)으로 물먹어가며 악으로 헤엄쳐 갔던 기억.
지원자 70명 중 1차 테스트에서 51명 합격하고 연수 기간 중에 10명이 포기.
살아남은 41명 중에서 자체검정 때 2명 탈락. 결국 39명이 최종 검정까지 갔습니다.
다시 교육을 받으라면 절대 못할 것 같네요.
돌이켜보면 힘들더라도 끈기와 열정을 가지고 도전했던 2012년 5월, 6월.
그때의 내 모습이 참 대견하게 느껴집니다.
이상,
현 대한적십자사 소속 인명구조원의 글이었습니다. (직업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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