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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와 패션/Swim.Bike.Run

자전거 타고 어디까지 가봤니? 철원노동당사 왕복 200km 라이딩(feat. 트렉 마돈)

by 후원자 2020. 3. 24.

작년에 처음으로 200km 란도너스(또는 랜도너스 / Randonneurs)에 도전해 보았습니다.

'코리아 란도너스'라는 200km 이상 장거리 자전거 코스를 완주하면 완주증을 주는 단체가 있는데

저는 이 단체를 통해서 정해진 코스를 도전한 게 아니라 스스로 미리 루트를 계획하고 혼자 다녀왔습니다.

전에 150km의 자전거 라이딩을 경험해보고 난 후 자신감이 붙었는지

왠지 많은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이 다녀오는 

철원에 있는 노동당사에 자전거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강의 쏘나타 트렉 마돈(Madone) 자전거

오래 전인 2011년. 한창 산악자전거(MTB)가 열풍이 불 때 처음으로 MTB를 한대 구입하고 꽤나 열심히 탔습니다. 산에서도 타고 한강 자전거 도로에서도 타고.. 그때는 주중에 퇴근하고 집에 와서도, 주말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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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노동당사

1946년 철원 지역이 북한 땅이었을 때 조선노동당에서 지은 러시아식 건물로 구조물 곳곳에 포탄과 총탄 자국이 선명해 6.25 전쟁의 상흔을 보여주기도 하는 곳


미리 코스를 검색해본 결과, 집에서 중랑천을 따라 의정부까지 라이딩 후, 양주, 동두천

그리고 연천을 지나면 철원에 도착하게 됩니다.

 

중랑천~의정부~양주~동두천~연천~철원까지 모두 자전거 길로 잘 이어져 있습니다.

(중간중간 예기치 않게 공사 중으로 일부 우회해야 하는 구간은 있었음)

또, 200km 내내 길도 완만합니다.

실제 다녀온 코스 지도


대부분의 동호회에서는 동두천역까지 지하철로 점프 후 동두천-연천-철원 노동당사,

그 후 다시 동두천역으로 복귀하는 것까지 왕복 약 100km 라이딩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저는 지하철 점프 없이 집에서 노동당사까지 갔다 오면 총 200km가 되는 것을 보고서는

최장거리 라이딩 기록도 경신하고 또 좋은 경험도 될 것 같아

집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반에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패기도 넘치고 체력도 가득 찬 상태였습니다.

약간 구름 낀 날씨로 햇볕도 오래 안 들어 대체적으로 선선한 날씨였습니다.

게다가 순풍(뒷바람)이었는지 아니면 의욕이 앞서 오버페이스를 한 건지 나름 빠른 속도로 달렸습니다.

보통 봉크(Bonk / 체력 고갈) 예방을 위해 50분 라이딩 후 10분 쉬며 보충식을 먹어야 하는데

어차피 혼자 라이딩하는 것이라 원하는 때에 내 마음대로 쉬면 되므로,

잘 나가는 흐름을 끊기가 싫어 1시간 반 이상 라이딩하고서야 조금 쉬고..

그렇게 혼자서 고독하게 묵묵히 페달을 밟았습니다.

연천 도착(좌), 철원 도착(우)


혼자 오랜 시간 과묵하게 헬멧을 스치는 바람 소리만 들으며 라이딩했더니

철원에 도착하여 노동당사에 다 와 갈 때쯤 "드디어 왔다!"라고 혼잣말로 소리쳤는데

오랜만에 사람 목소리를 들은 것 마냥 내 목소리에 내가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드디어 노동당사 도착. 속도계의 주행거리는 약 100km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노동당사를 둘러보며 사진 좀 찍고 음식을 먹으며 조금 쉬었습니다.

노동당사 앞에서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살짝 피곤함과 귀찮음이 몰려옵니다. 

피곤이 몰려옵니다. 페달질이 귀찮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참고 달려봅니다.

어떻게 꾸역꾸역 연천을 지나 동두천으로 왔을 무렵. 약 145km 지점이 되니

허리가 너무 아픕니다. 동두천 역에서 점프해서 귀가할까..라는 유혹이 있었지만

그냥  이 악물고 페달을 밟았습니다.

허리가 아프고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동두천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 내팽개치고 누워서 쉬었습니다.

누워서 쉬는 것도 힘듭니다.

한 20분쯤 누워서 쉬다가 가까스로 정신을 추슬러서 힘을 내어 봅니다.

싸이클링 컴퓨터이자 GPS 속도계(가민 엣지 520 플러스)는 방전되어 스스로 꺼졌습니다. 

화면 밝기를 40%로 해 놓아서 그랬던 것 같은데 낮에는 밝으므로 화면 밝기를 0%로

세팅해 놓아도 속도계가 잘 보이니 배터리 절약을 위해 0%로 세팅했어야 합니다.

다행히 백업용으로 함께 기록하고 있던 다른 싸이클링 컴퓨터 겸 GPS 속도계(가민 포러너 935)가 있었습니다.

가민 커넥트(좌)와 스트라바(우) 기록


오는 길도 자전거 길이 대체로 잘 이어져 있긴 한데 중간에 공사로 끊어져 있는 길이 있어서

중간중간 멈추어 핸드폰 지도 앱으로 확인하면서 가기도 하고 찻길(공도)을 주행하기도 했습니다.

의정부부터는 중랑천까지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고 잘 이어져 있어서 순탄하게 왔습니다.

집에 다 와가니 날도 어둑어둑해지고 고글이 미러였기 때문에 시야가 잘 안 보여서

더 어두워지기 전에 귀가하기 위해 서둘렀습니다.

속도계 상 주행 거리 200km 찍고 얼마 안 되어 드디어 집에 도착했습니다.

출발 전 미리 검색한 지도 앱에서 계산된 왕복 200km와 실제 거리가 거의 일치합니다.

오전 9시쯤 출발하여 200km 라이딩 후 저녁 7시경 집에 도착했습니다.

중간에 쉬는 시간을 제외하고 오로지 라이딩만 한 시간이 약 7시간 반. 평균속도 시속 26.3km/h.


샤워를 하고 좀 쉬면서 TV로 유튜브를 보는데 자전거 유튜버들이 자전거 타고 찍은

도로 주행 모습을 보니까 같은 도로는 아닐지라도 오늘 하루 종일 내 앞에 펼쳐졌던 광경이고

하루 종일 봤던 거라 보기만 해도 너무 지겨워서 바로 꺼버렸습니다.

원래는 자전거 유튜버의 도로 촬영 주행 영상 아주 즐겨보는데

이날만은 도로를 보자마자 지겨움이 한가득 느껴졌습니다.


철원 노동당사까지 왕복 200km 라이딩. 한 번쯤은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혼자 다녀왔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은 서울-부산 편도(600km) 1박 2일 완주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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