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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와 패션/패션, 비스포크

여름 정장 여름 맞춤 양복을 위한 프레스코 원단(하디 미니스 Hardy Minnis)

by 후원자 2020. 3. 16.

서양의 복식. 양복은 전통적으로 양모 같은 동물성 섬유를 짜서 원단을 만들고 그 원단으로 지은 옷입니다.

양모라고 하면 동물의 털이니 왠지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못 입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요?

그런 여름에도 양복을 입어야 하는 회사원이 많은데, 이른바 여름에 양털 옷을 입고 있는 셈입니다.

한여름에는 어떤 옷을 입고 있어도 덥습니다.

심지어 옷을 다 벗고 있어도 더워요. 그렇다고 회사에 등산복, 반바지를 입고 갈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더운 날씨에 입을 수 있는 봄, 여름용 양모 원단을 소개할까 합니다.

"프레스코(Fresco) 원단" 

 

하디 미니스 프레스코 번치북 / 사진: 제네리꼬(Generico)

 

이 '프레스코'라는 원단은 하나의 상표명인데,

방직산업으로 유명한 영국 허더스필드 허더즈필드에 있는 '하디 미니스(Hardy Minnis)'라는 회사에서 개발하여 판매하는 원단 이름입니다.

하디 미니스는 John G. Hardy(1890년대 설립)와 J&J Minnis(1874년 설립) 원단 회사가 1969년에 합병하며

탄생된 회사인데, 둘 다 유명한 회사였기 때문에 합병 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고 하네요.

이 하디미니스 프레스코 원단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로얄워런트(Royal Warrant / 영국 왕실로부터 품질을 인정받아 왕실의 문장을 붙일 수 있는 제품)를 받았기에

영국 왕실에도 공급되는 원단입니다.

영국 여왕이 수여하는 Royal Warrant 표식(좌)과 프레스코 원단 번치북 표지의 Royal Warrant 표식(우)


상표명이 특정 사물을 통칭하는 명사처럼 불리는 예가 있는 것처럼(가령, 슈퍼타이, 스카치테이프 등)

이 하디 미니스의 프레스코도 비슷한 소재를 통칭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하디미니스가 아닌 다른 회사의 프레스코 원단(위에 말한 통칭 용어)으로는

스미스 울른(Smith Woollens)의 핀머레스코(Finmeresco)나

로밧(Lovat)의 바드(Bard)라는 원단 등이 있습니다.

 


보통 양복 원단은 양모로 된 실(원사)을 한가닥씩 짜서 만든 원단이 대부분인데,

이 프레스코 원단은 쉽게 말해, 양모 원사를 두 가닥 이상 꼬아서 굵게 만들어진 원사로 만든 원단입니다.

이렇게 두 가닥 이상 원사를 꼬은 것을 꼬은 수에 따라 2합사(2 ply), 3합사(3 ply), 4합사(4 ply)라 부르는데

합사의 수가 높을수록 꼬임이 많아 원단을 이루는 원사가 굵어지므로

원단의 재질이 뻣뻣하고 두꺼운 느낌이며 또 마치 (가루를 곱게 치는) 체처럼 원단이 촘촘하지 않고

얼기설기함이 더해 보입니다.

실제로 가까이서 보면 원단의 짜임이 잘 보이고 원단을 불빛에 대보면 살짝 비쳐 보입니다.

불빛에 비춰본 프레스코 원단 / 사진: 수뜰리에(Suitelier)

 

이런 프레스코 원단은 특유의 뻣뻣함과 통기성으로 여름에 특화된 원단이라 할 수 있는데,

땀을 흘려도 뻣뻣한 원단의 재질 덕분에 몸에 옷이 달라붙지 않고 또 구겨짐도 없습니다.

마치 그 뻣뻣함과 통기성은 우리나라의 삼베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삼베처럼 그야말로 여름 날씨에 최적화된 양복 원단인 것이지요!

게다가 튼튼한 원사로 만들어져 내구성도 좋습니다.

다만, 원사가 두꺼운 원단인지라 무게감이 살짝 있기는 합니다.

 

또한 프레스코 원단은 뻣뻣한 성질로 인해 옷을 밀폐된 트렁크에 넣은 채 장거리를 이동하는

여행이나 출장 시에도 구겨짐 없이 입을 수 있는 원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알아본 프레스코 원단의 장단점에 대해 나열해보겠습니다.

장점
1. 통기성 (습기에 강함)
2. 구겨짐에 강함 (뛰어난 복원력)
3. 내구성이 좋음 (거친 질감) 등

 

단점
1. 원단이 무거움 (Fresco Lite라는 가벼운 원단으로 대체 가능)
2. (Hardy & Minnis 번치북 기준) 체크, 헤링본 등의 패턴은 거의 없고 대부분 솔리드 색상에 한정

 

하디 미니스 프레스코 원단. 솔리드 색상이 대부분이지만 이렇게 체크 원단도 있습니다.
Lovat 사에서 나온 프레스코 원단인 Bard
일본 수트 브랜드 '링자켓'의 프레스코 원단인 '캄트위스트(Calm Twist)' 원단으로 만든 양복(좌)과 원단 질감 확대 사진(우) / 사진: 안드레아서울(Andreaseoul.com)

 

저도 올여름 더위가 오기 전 이런 프레스코 원단으로 바지 한 벌 지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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