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 개봉하고 아카데미 상도 수상한 샘 멘데스 감독의 영화 '1917'은
100여 년 전에 벌어진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쟁을 통해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듯, 1차 세계대전에서도 독가스와 같은 대량 살상 신무기가 개발되었는데
이와 더불어 '탱크'도 1차 세계대전에 처음 발명된 무기였습니다.
적국과 장기간 대치했던 1차 세계 대전의 무기력한 참호전에서
탱크는 이를 돌파하기 위해 연합국 측에서 발명한 신무기로서,
최초의 탱크는 영국에서 만들어진 Mark1이며 1916년 솜(Somme) 전투에 처음 투입되었습니다.
물론 그때의 탱크는 지금의 탱크와 비교해보면 화력도 낮고 고장도 잦은데다 기동성도 떨어지는 애물단지였으나
당시에는 1차대전의 답답한 전선을 돌파할 수 있었던 획기적인 발명품이었습니다.
또 탱크의 모습이 그다지 놀랍지 않은 지금과는 다르게 1차 대전에 처음 등장한 탱크는
아군도 적군도 모두 경악할만한 존재였기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습니다.
1차 대전에 연합국으로 참전한 프랑스 역시 전쟁 중에 탱크를 적극적으로 생산했는데
르노(Renault) 사가 개발한 경전차(작은 탱크 / Light Tank) 'FT-17'이 바로 그중 하나이며, 이 탱크는 1917년 서부 전선에 실제로 투입되었습니다.
이 탱크를 보고 영감을 받아 시계 브랜드 까르띠에의 루이 까르띠에는 '탱크'라는 이름의 손목시계를 만들었습니다.
이 손목시계는 프랑스 FT-17 탱크를 위에서 바라본 모습을 형상화한 직사각형 디자인으로,
1918년 처음 소개되고 1919년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되었습니다.
세상의 이목을 끌며 처음 등장한 탱크처럼 까르띠에의 탱크 시계도 큰 히트를 쳤으며
많은 유명인사들도 까르띠에의 탱크 시계를 착용하였습니다.
탱크의 성공으로 까르띠에는 이후 여러 탱크 모델을 출시했는데,
대표적으로 1922년 탱크 루이, 1989년 탱크 아메리칸 그리고 1996년 탱크 프랑세즈가 그것입니다.
(탱크 앙글레즈, 탱크MC, 탱크 상트레 등도 있습니다.)
이 탱크의 많은 모델 중 원형의 모습과 가장 닮은 것은 탱크 솔로(혹은 탱크 루이)가 아닐까 합니다.
이 탱크 솔로는 국내의 연예인도 많이 착용하는 시계로 유명한데,
여성 연예인들한테만 협찬을 해주는 것인지, 외국과는 다르게 국내에선 남성 연예인이 차고 있는 모습은 볼 수가 없습니다.
이 올타임 클래식 탱크 솔로 시계 중 가격대 면에서 가장 접근성이 뛰어난 것은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입니다만,
한국 까르띠에 측에서 다들 가장 저렴한 시계만 사서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한다고 느꼈을까요?
국내 정식 매장(백화점과 부띠끄 샵)에서는 현재 탱크솔로 스틸 모델을 단종시켜 놓아서 구매가 불가능하며,
구매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병행샵을 통해 구매하거나(가품 의심의 찜찜함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해외(가까운 일본이나 괌 등)의 정식 매장에서 구매할 수밖에 없습니다.(환율 및 입국 시 관세는 고려해야 합니다.)
저도 작년 괌 여행 시 까르띠에 탱크솔로를 구입했습니다.
탱크솔로 스틸 모델은 가죽 스트랩 모델 혹은 스틸 브레이슬릿 모델 중 고를 수 있는데,
더운 날씨엔 땀 차고 물 묻으면 냄새나고, 몇 년 쓰고 버리는 소모품인 가죽 스트랩보다는
브레이슬릿을 더 선호하는지라 브레이슬릿 모델을 샀습니다. (가죽 스트랩과 디버클은 별도로 구매 가능합니다.)
이 탱크솔로 스틸 모델의 제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쿼츠 무브먼트
-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와 스틸 케이스 백
- 합성 스피넬 카보숑이 세팅된 크라운
- 선명한 실버 마감
- 오팔린 다이얼
- 로마 숫자
- 검 모양의 블루 스틸 핸즈
- 사파이어 크리스탈 커버글라스
비싼 돈을 주고 금이 1g도 안 섞인 스테인리스에 쿼츠 무브먼트 시계를 사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재화에 대한 효용가치를 느끼는 것은 주관적인 것이고, 저에게는 만족감을 주는 시계입니다.
특히나 무브먼트가 쿼츠라는 게 마음에 드는데,
기계식 시계를 돌려차느라 한동안 탱크솔로를 못 차고 방치해 두다 몇 달 만에 다시 꺼내보아도
멈춤 없이 잘 가고 있는 것이 기분 좋은 편안함을 줍니다.
여러 기계식 시계 중에 이렇게 고명딸처럼 쿼츠 시계를 한 두 개 끼워 놓으면 시계 생활이 더 재미있어지는 것 같습니다.
다만, 날짜창이 없는 것은 조금 아쉽습니다.
(날짜 창이 있는 모델은 사이즈가 큰 기계식 시계이거나 탱크 루이 모델)
겨울에는 가죽 스트랩을 구매하여 착용해 보았는데 확실히 탱크솔로를 돋보이게 해주는 것은 가죽 스트랩인 것 같습니다.
가죽 스트랩은 까르띠에 매장에서 색깔별로 구매가 가능하므로 기분에 따라 스트랩 색을 바꿔가며 착용해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1차 세계대전에 처음 등장한 탱크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되어 100여 년이 넘도록 사랑을 받아온 까르띠에의 시계 탱크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다른 글]
댓글